나는 추억에 빠져있는걸 참 좋아한다. 내가 지나온 곳들을 좋아하고, 다시 돌아가고 싶기도 하고, 내가 지나왔기에 특별한 곳들이 많다. 가끔은 "그때가 좋았지" 하면서 옛날 생각들을 한다.
그러다 며칠 전에 내 과거를 지나가는 꿈을 꿨다.
꿈에서 나는 오래전 멀어진 친구와 같은 버스에 있었다. 그 친구는 나를 봤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친구를 봤고, 내 목적지는 그 친구의 학교니까 내심 같은 정류장에서 내리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 친구의 학교에 도착했고 그 친구가 내리는 것도 봤지만 바로 내렸다간 어색하게 마주칠 것 같아서 고민하던 찰나에 버스 문이 닫혔다. 뒤늦게라도 기사님께 소리쳤지만 문은 열리지 않고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 걸어갔다.
걸어가는 내내 혹시나 그 친구를 마주치지 않을까 주변을 둘러보며 걸었다. 그때 옆에서 나를 불러서 봤더니 초등학교 때 이후로 연락한 적이 없는 옛날 친구가 자기를 못 알아보겠냐며 인사를 했고 가볍게 인사를 하고 어느 빌딩에 들어갔다.
길을 헤매다가 겨우 엘리베이터를 찾아 4층을 눌렀다. 엘리베이터에 있던 사람은 같은 부대는 아니었지만, 같은 건물에 근무하던 간부였다. 말년 병장이라는 설정인지 나는 사복을 입고 있는 간부한테 경례를 하고 4층에서 내려 복도를 가로질렀다.
복도 중앙에 있는 사무실에는 아침 8시가 되기도 전부터 나와 사무실 공사를 하는 간부들과 후임들이 보였고 꿈에서도 일하기 싫어하는 나는 후임들에게 웃어주고 빌딩 밖을 나가 롤챔스를 보다 잠에서 깼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지만 다시 자면 새로운 꿈을 꾸고 이 꿈을 잊어버릴 것 같아 휴대폰을 보다가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 알림이 왔다. 과거의 그날엔 친구와 농담을 주고받던 글이 보였다.
자퇴한 학교가 있는 지역으로 발령을 받으면서 앞으로 자주 볼 수 있겠다며 학교로 놀러 오라던 친구는 밤새 술을 마시자고 했었다. 정작 만나서는 금방 끝나버렸지만.
"그리운 날들의 그리움 하나씩 꺼내보다 끝내 얼굴 묻고서 속삭이지"
내가 이 노래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그 날 꿈은 심적으로 힘들어졌던 시기부터 지금까지 내가 지나온 길들을 다시 걷는 느낌이었고, 아침에 일어나서 본 페이스북은 다시 돌아가고 싶어 지는 글이었다.
이제는 멀어진 친구, 힘들었지만 좋은 사람들이 있어 재밌었던 군생활, 우리 곁을 떠난 친구. 다시 돌아갈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더 힘들었던 날들. 종종 그리움 하나씩 꺼내며 그 날로 돌아갈 수 있기를 꿈꾼다.
사랑해 말하던 너의 목소리
난 아직 잊지 못했네
찬바람 불던 날 멀리 간다던
널 여태 찾지 못했네
그리운 날들의
그리움 하나씩
꺼내보다 끝내
얼굴 묻고서 속삭이지
오 그대 생각 나오 잠들지 않고
오 그대 기다리겠소 마음 다해
사랑해 말해도 듣지 못하는
널 아직 잊지 못했네
꽃 피는 봄날엔 찾아온다던
그날이 우리 마지막인가
오 그대 생각 나오 잠들지 않고
오 그대 기다리겠소 마음 다해
오 그대 생각 나오 잠들지 않고
오 그대 기다리겠소 마음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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